제3화. 천장에 붙은 에이스와 VIP 멤버십 [1000억의 호구, 설계자를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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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1시.
눈을 뜨자마자 습관처럼 침대 옆 협탁을 더듬었다.
차가운 감촉. 어젯밤 주머니에 쑤셔 박아 온 5억 원어치의 수표 뭉치와 칩 몇 개였다.
"흐흐… 꿈이 아니었네."
머리맡에 널브러진 전리품을 보니 도파민이 다시 솟구쳤다.
기지개를 켜며 무심코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런데, 하얀 벽지가 보여야 할 천장에 묘한 잔상이 맺혔다.
[ A ◆ ] [ K ◆ ]
다이아몬드 에이스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야, 이거?"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마찬가지였다.
화장실 타일은 네모난 칩으로 보였고,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 위로는 'WINNER'라는 자막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테트리스 효과(Tetris Effect)'**인가?
뇌가 온통 승부의 쾌감으로 절여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는 현상.
하지만 나는 이걸 중독이라 부르지 않기로 했다. 이건 '열정'이다.
지잉- 지잉-
그때, 테이블 위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자: [강남 박 실장]
"여보세요?"
"아이고, 강 사장님! 주무시는 데 방해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박 실장의 목소리는 어제보다 한결 더 은밀하고 낮았다.
"다름이 아니라, 사장님 실력이 워낙 출중하셔서… 일반 테이블에서 노시기엔 레벨이 안 맞는다는 얘기가 나와서요."
"그래서? 오지 말라고?""에이, 그럴 리가요! 사실 저희 가게 안쪽에 **'VVIP 멤버십 룸'**이 따로 있습니다. 강남에서 진짜 난다 긴다 하는 큰손들만 모시는 곳이죠."
멤버십 룸.
그 단어가 내 귓가에 꽂히는 순간, 천장에 떠다니던 카드들이 화려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판돈은?"
"상상하시는 그 이상입니다. 오늘 밤, 자리가 하나 딱 비는데… 주인공이 되어주시겠습니까?"
"판 깔아 놔. 현금 챙겨 갈 테니까."
오후 5시. 강남 홀덤 펍의 비밀 통로.
박 실장의 안내를 받아 주방 뒤편에 숨겨진 육중한 철문을 통과했다.
일반 홀의 시끌벅적함은 완전히 차단되었다.
고요하면서도 무거운 공기, 고급스러운 가죽 냄새, 그리고 은은한 조명.
"오셨습니까, 강 사장님."
방 중앙의 거대한 원형 테이블.
그곳에는 이미 8명의 '선수'들이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봤던 찌질한 넥타이 부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눈빛이 매서운 중년 남성, 명품으로 휘감은 귀부인,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모자 쓴 청년까지.
마치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정글 한복판에 들어선 기분.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내 뒤엔 든든한 '총알(돈)'이 있으니까.
"얼마나 가져오셨습니까?"
"일단 5억 줘. 모자르면 더 부르고."
내 말 한마디에 8명의 시선이 일제히 내 앞에 쌓이는 칩으로 쏠렸다.
테이블 스테이크(Table Stakes)가 달랐다. 여기는 기본 칩 하나가 100만 원짜리다.
"자, 멤버십 룰로 진행합니다. 블라인드 50만/100만."
9명이 치는 풀 링(Full Ring) 게임.
판돈이 커서인지 초반 분위기는 탐색전이었다. 다들 죽고(Fold) 눈치만 봤다.
지루했다. 나는 이 침묵을 깨고 싶었다.
내 핸드는 [ Q ♣ ] [ 10 ♣ ].
"레이즈. 2,000만."
"……!!"
50만 원 판에 2,000만 원을 태웠다. 멤버십 룸의 점잖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깨졌다.
맞은편에 앉은 문신한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어이, 젊은 친구. 여기 동네 하우스 아니야. 매너 좀 지키지?"
"돈 놓고 돈 먹기에 매너가 어디 있어? 쫄리면 죽으시던가."
나는 칩을 만지작거리며 비웃어줬다.
결국 그들은 카드를 집어 던졌다.
돈의 힘이다. 아무리 VVIP 멤버십이라 해도, 진짜 '현금'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하지만 30분 뒤, 진짜 승부가 걸렸다.
내 핸드는 [ A ♥ ] [ K ♥ ].
플랍(Flop): [ A ♠ ] [ 7 ◆ ] [ 2 ♣ ]
탑 페어(Top Pair).
"체크."
내가 약한 척하자, 구석에 있던 '모자 남'이 미끼를 물었다.
"1,000만."
"받고, 레이즈 5,000만."
내 과감한 배팅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하지만 모자 남은 죽지 않았다.
"콜."
턴(Turn): [ K ♣ ]
투 페어(Two Pair) 완성.
나는 확신에 차서 외쳤다.
"올인. 여기 있는 거 다."
내 앞의 칩 4억이 테이블 중앙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모자 남이 괴로운 듯 머리를 감싸 쥐더니, 결국 카드를 엎었다.
"하… 못 당하겠네. 죽습니다(Fold)."
"나이스 샷!"
박 실장이 손뼉을 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산더미 같은 칩을 쓸어 담았다.
"야, 멤버십이라더니 별거 없네? 여기도 다 쫄보들뿐이잖아!"
샴페인이 터지고, 귀부인이 내 옆에 붙어 "사장님, 멋져요"라며 술을 따랐다.
나는 취했다. 술에 취한 게 아니라, 이 비밀스러운 공간을 내가 지배하고 있다는 정복감에 취했다.
하지만 나는 보지 못했다.
방금 죽었던 '모자 남'이 테이블 밑으로 박 실장에게 손가락으로 'OK' 신호를 보내는 것을.
그리고 내 맞은편의 문신 남자가 내 칩이 쌓이는 걸 보며 입맛을 다시는 것을.
(속마음)
'많이 먹어둬라, 호구야. 이 방에 들어온 이상 살아서는 못 나가니까.'
그들의 눈빛 교환은 은밀하고 빨랐다.
VVIP 멤버십 룸?
아니, 여기는 나를 도축하기 위해 만들어진 완벽한 **'수술실'**이었다.
※ 다음 화 예고: 4화. "이게 말이 돼?" 확률적으로 질 수 없는 패를 잡았는데 지는 상황(Bad Beat). VVIP 룸의 진짜 무서움을 맛본 주인공, 결국 이성을 잃고 폭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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