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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도박의 신? 아니, 돈의 신. [1000억의 호구, 설계자를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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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규달리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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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전부 칩으로 교환 완료되었습니다."

테이블 위에 거대한 성벽이 생겼다.

노란색, 보라색, 검은색 칩들이 내 앞을 가득 메워 앞사람 얼굴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이 가게 개업 이래 최대 바이인(Buy-in).

주변 테이블에서 게임을 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구경하러 몰려들었다.

"와… 저게 다 얼마야?"

"저 사람 누구야? 연예인인가?"

수군거리는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들렸다. 나는 샴페인 잔을 들어 입술을 적셨다.

홀덤? 수학? 확률?

다 웃기는 소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확률은 돈 많은 놈이 정하는 거다.

"딜링 하죠."

딜러가 침을 꿀꺽 삼키며 카드를 돌렸다.

나는 카드를 확인하지 않았다. 쪼는 맛? 그런 건 가난한 애들이나 즐기는 거다.

"어? 카드 안 보십니까?"

맞은편에 앉은, 꽤 고수처럼 보이는 '모자 남'이 물었다.

"보면 뭐 달라집니까? 어차피 내가 이길 건데."

"허, 참나. 기가 막혀서."

모자 남은 코웃음을 치며 배팅했다.

"레이즈, 50만."

나는 칩 뭉치를 손에 잡히는 대로 밀어 넣었다.

"리-레이즈. 5천만."

"…네? 5천이요?"

순식간에 테이블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50만 원 판돈에 5천만 원을 태워?

이건 게임이 아니다. 폭력이다.

"받을 거면 받고, 말 거면 끄지라니까."

모자 남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는 자신의 카드를 다시 확인했다. 킹(K) 원 페어. 나쁘지 않은 패다. 하지만 5천만 원을 태우기엔 족보가 너무 약했다.

그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더니 결국 카드를 집어 던졌다.

"폴드(Fold)! 아오, 진짜 더러워서!"

딜러가 팟에 모인 돈을 내게 밀어줬다. 나는 그제야 내 카드를 뒤집어 보여줬다.

[ 2 ♣ ], [ 7 ♥ ]

홀덤에서 가장 쓰레기라는 2, 7 오프 수트.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와… 2, 7을 들고 5천을 박아?"

"미친놈이다. 진짜 미친놈이 왔어."

그때부터였다. 나의 독주가 시작된 것은.

나는 족보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칩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누군가 배팅하면 그 열 배, 백 배로 덮어버렸다.

상대방이 아무리 좋은 패를 들고 있어도, 내 무지막지한 칩 앞에선 꼬리를 내렸다.

그들은 '칩'을 잃는 게 두려운 게 아니었다. 그 칩 뒤에 있는 내 '돈'의 기세에 눌린 것이다.

"올인."

"또… 또 올인이야?"

세 시간 뒤.

내 앞에는 처음 가져온 3억이 5억으로 불어나 있었다.

운도 따라줬다. 말도 안 되는 패로 들어가도, 리버(마지막 카드)에 기적처럼 내가 원하는 카드가 떴다.

[ 스트레이트 완성! ]

[ 플러쉬 완성! ]

"와아아아!!"

갤러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마치 개선장군이 된 기분이었다.

내가 천재인가? 아니면 도박의 신이 내 편인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재용도, 일론 머스크도 부럽지 않았다. 내가 이 테이블의 왕이었으니까.

"재미없네. 다들 쫄아서 덤비질 못하니."

나는 일부러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하품했다.

그때였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한번 상대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인파를 헤치고 한 남자가 등장했다.

깔끔하게 빗어 넘긴 포마드 헤어, 몸에 딱 맞는 이탈리아산 수트, 그리고 사람 좋아 보이는 서글서글한 눈웃음.

하지만 그 눈빛 깊은 곳은 웃고 있지 않았다.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뱀 같달까.

"누구신데?"

"아, 인사가 늦었습니다. 이 가게 운영을 맡고 있는 박 실장이라고 합니다."

그는 정중하게 명함을 건네며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의 손짓 하나에 주변 사람들이 홍해 갈라지듯 물러났다.

"손님 플레이 스타일이 아주… 시원시원하시더군요. 강남 바닥에서 보기 드문 '상남자'십니다."

"칭찬은 됐고. 실장? 그럼 당신도 돈 좀 있나?"

박 실장은 여유롭게 웃으며 웨이터에게 손짓했다.

곧이어 웨이터들이 007 가방 두 개를 들고 왔다. 가방이 열리자, 최고액권 칩인 100만 원짜리 칩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저도 노는 건 좋아해서요. 딱 5억만 가져왔습니다."

"호오."

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드디어 말이 좀 통하는 상대를 만난 것 같다.

피라미들 틈에서 지루해지던 참이었는데, 월척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

"좋아요. 박 실장님? 1:1 헤즈업(Heads-up)으로 가시죠."

"영광입니다."

박 실장이 카드를 셔플하는 딜러를 향해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찰나의 순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신호.

그는 나를 보며 생긋 웃었다.

그 미소가 '어서 와, 지옥은 처음이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도파민에 절여진 내 뇌는 그 경고 신호를 무시해 버렸다.

밤은 깊었고, 나의 지갑은 활짝 열려 있었다.


(같은 시각, 홀덤 펍 사무실 CCTV 모니터 앞)

화면에 잡힌 강진혁의 얼굴을 보며, 박 실장의 부하가 낄낄거렸다.

"형님, 진짜 제대로 된 호구 하나 물었는데요? 재벌 3세랍니다. 현금 동원력은 확인 불가능할 정도고요."

"패 쓰는 꼬라지 봐라. 기본도 없네. 그냥 돈지이랄이야."

"어떻게 할까요? 오늘 바로 벗겨 먹을까요?"

이어폰을 통해 박 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니. 오늘은 져 줘. ]

"예? 져 주라고요?"

[ 원래 낚시는 미끼를 듬뿍 줘야 하는 법이야. 입맛을 싹 돌게 만들어야지. 내일 더 큰 돈을 들고 오게. ]

화면 속 박 실장이 일부러 나쁜 패를 쥔 척 인상을 쓰고, 강진혁이 승리의 기쁨에 취해 칩을 쓸어 담는 모습이 보였다.

저 멍청한 재벌 도련님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자신이 딴 그 5억 원이, 내일 자신의 뼈와 살을 분리할 '작업 비용'이라는 것을.


댓글 반응이 있어 2부까지 남깁니다. ㅎㅎ 


※ 다음 화 예고: 집에 와도 천장에 카드가 떠다닌다(테트리스 효과). 결국 다음 날, 더 큰 판돈이 걸린 '멤버십 룸'의 초대를 받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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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텔레캐스터님의 댓글

  • 운영진텔레캐스터
  • 작성일
안녕하세요 재벌3세입니다.
저는 뼈와 살이 분리되었습니다.

보틀빠빠님의 댓글

  • 신규보틀빠빠
  • 작성일
3세로살아보고싶네...

하우스인사이드님의 댓글

  • 신규하우스인사이드
  • 작성일
미끼를 슬 던져부렀쓰~ㅎㅎ

카페라떼님의 댓글

  • 신규카페라떼
  • 작성일
자~ 빨리 3편 보여주세요!!!!!!!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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