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30억 삭제, 그리고 가면이 벗겨지다 [1000억의 호구, 설계자를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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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칩 교환 완료됐습니다."
새로 받은 칩은 묵직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이건 빚이 아니야. 내 돈을 찾아오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
나는 스스로를 세뇌했다. 30억? 강남 아파트 두 채 값?
상관없다. 이 슈(Shoe)가 끝나기 전에 60억으로 만들면 되니까. 빚 갚고도 30억이 남는 장사다.
"박 실장, 판돈 제한(Max Bet) 풀어."
"원하시는 대로."
박 실장은 묘한 눈빛으로 뒤에 서 있는 '어깨'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 의미를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건 **'도망 못 가게 문 잠그라'**는 신호였다.
"가자! 플레이어에 5억!"
나는 칩을 던졌다.
딜러가 카드를 오픈했다.
플레이어: [ 7 ]
뱅커: [ 6 ]
"플레이어 7, 뱅커 6. 플레이어 승리."
"좋아! 봤어? 이거야!"
첫 판부터 먹었다. 5억이 들어왔다.
역시 내 촉은 죽지 않았다. 방금 전의 패배는 그저 운이 없었던 사고였을 뿐이다.
"기세 탔다. 이번엔 10억 간다. 플레이어!"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다.
하지만, 그 승리는 나를 더 깊은 수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마지막 미끼였다.
딜러가 아주 미세하게, 셔플기에서 카드를 뽑는 손목을 비틀었다.
"오픈."
플레이어: [ K ] [ Q ] = 0 (바카라)
뱅커: [ 9 ] [ J ] = 내추럴 9
"……."
순식간에 10억이 날아갔다.
숨이 턱 막혔다. 따자마자 잃으니 데미지가 두 배로 왔다.
"아냐, 괜찮아. 아직 25억 남았어. 한 방이면 돼."
나는 떨리는 손으로 물잔을 찾았지만, 입안이 바짝 말라 물이 넘어가지 않았다.
이상했다.
내가 '뱅커'에 걸면 귀신같이 '플레이어'가 나오고,
'플레이어'로 갈아타면 보란 듯이 '뱅커'가 줄을 탔다.
마치 투명 인간이 내 뒤에 서서 내 패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저 카드 통(슈) 안에 카드가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10억… 5억… 또 5억…."
칩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30억이라는 거금이 사라지는 데는 채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마지막 칩, 5억 원 하나.
"하아… 하아…."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 셔츠를 적셨다.
이거 지면? 빚 30억이다. 내 현금 1000억은 집에 가야만 쓸 수 있다. 당장 여기서 나갈 방법이 없다.
"사장님, 막판이신데 신중하게 가시죠."
박 실장이 걱정스러운 척 말을 건넸다.
나는 그 말을 무시하고, 내 모든 운을 끌어모아 마지막 선택을 했다.
"뱅커. 뱅커에 다 박아."
5억 원짜리 칩이 테이블 중앙에 놓였다.
이 한 장에 내 오늘 밤 운명이 걸렸다.
딜러가 카드를 깠다.
플레이어: [ 8 ] [ 1 ] = 내추럴 9
"……아."
내 카드를 보기도 전에 끝났다.
플레이어가 9점. 바카라의 최고 점수.
내가 이길 수 있는 확률은 0%. 비길 확률도 없다.
"플레이어 승."
딜러가 마지막 남은 내 5억 칩을 무심하게 가져갔다.
테이블 위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정적만이 흘렀다.
"……."
나는 멍하니 빈 테이블을 응시했다.
오늘 가져온 현금 20억, 그리고 빌린 돈 30억.
총 50억 원이 하룻밤 새 공중분해 됐다.
"야… 박 실장."
나는 쉰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내 신용이면 더 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한 장 더 써. 차용증."
"네?"
"안 들려? 30억 더 가져오라고! 내가 누군지 알아? 나 강진혁이야! 금방 갚는다고!"
나는 윽박지르며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항상 허리를 굽히고 "네, 사장님" 하던 박 실장의 반응이 달랐다.
그는 천천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칙-. 라이터 불꽃이 그의 얼굴을 비췄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고객'을 대하는 친절함 따위는 없었다.
"강진혁 씨."
"…뭐? 강진혁 씨?"
박 실장이 담배 연기를 내 얼굴에 뿜으며 삐딱하게 섰다.
"사장님 소리 듣고 싶으면 돈이 있어야지.
지금 너 빈털터리잖아? 게다가 빚쟁이고."
"이… 이 새끼가 미쳤나! 내가 누군지 몰라?!"
내가 벌떡 일어나 멱살을 잡으려 하자, 뒤에 있던 덩치 큰 양복들이 순식간에 내 양팔을 꺾어 제압했다.
"윽! 이거 안 놔?!"
"하, 재벌 3세? 그거야 네 할아버지 돈이지 네 돈이냐?
여기선 현금 없으면 그냥 개털이야."
박 실장이 내 뺨을 툭툭 쳤다. 치욕스러움에 눈물이 핑 돌았다.
"30억. 이자 쳐서 일주일 안에 갚아.
못 갚으면 네가 자랑하는 그 그룹 회사로 찾아갈 거니까.
재벌 3세가 불법 도박하다가 빚져서 깡패들 찾아왔다고 뉴스 나면 참 볼만하겠네, 그치?"
"너… 너 두고 보자…."
"두고 보긴 뭘 봐. 끌어내."
박 실장의 손짓 한 번에 내 몸이 짐짝처럼 들려졌다.
화려했던 멤버십 룸, 짜릿했던 바카라 테이블이 멀어졌다.
"이거 놔! 내 발로 간다고!!"
철문이 열리고, 나는 캄캄한 뒷골목 아스팔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철퍼덕.
"쳇, 곱게 자란 도련님이라 무겁지도 않네."
덩치들이 문을 쾅 닫고 사라졌다.
새벽 4시의 강남 뒷골목.
쓰레기봉투 옆에 처박힌 내 꼴이 처량했다.
명품 수트는 흙투성이가 됐고, 2억짜리 시계는 어디 부딪혔는지 유리에 금이 가 있었다.
"으아아아아악!!!!"
나는 바닥을 치며 절규했다.
돈을 잃어서가 아니다.
믿었던 박 실장의 배신,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 당해보는 이 끔찍한 '무력감'.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이 상황에서도 내 머릿속에는 방금 전 뱅커와 플레이어의 그림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 아까 거기서 뱅커만 갔어도….'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를 뒤졌다.
다행히 핸드폰은 던져주었다.
액정을 켜니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내 유일한 친구, 처음에 이곳을 소개해 줬던 놈.
[ 부재중 전화: 최민석 (1통) ]
전화를 걸어야 하나? 도와달라고 해야 하나?
아니, 쪽팔려서 못 한다.
나는 비틀거리는 다리로 일어섰다.
"두고 봐… 이 새끼들… 내 돈 다 토해내게 만들 거야."
복수심.
그것만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유일한 동력이었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이 모든 게 박 실장 혼자 꾸민 짓이 아니라, 더 거대한 놈들이 짠 판이었다는 것을.
※ 다음 화 예고: 7화. 복수를 다짐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타짜들의 사기 기술을 파헤치기 위해, 전설이라 불리는 '은둔 고수'를 찾아 나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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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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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인사이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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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인사이드 - 작성일
7화 !!ㅎㅎ





